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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죄 없어!
1987년 9월 6일/13일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길바닥
거, 뭔 소리냐?
세상사람들 잡다하디 잡다한 여러 일 중에 낙태라는 일이 있다.
인공유산이라고도 하는데 풀어 말하자면, 사람의 억지힘으로
채 모양도 갖추지 못한 생명을 끝내게 하는 일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낙태시키다라는 말은 있어도 낙태당하다하는 말은 없다.
그런가? 있다.
그들은 이 시대의 희생제물로서 낙태당했고,
그들은 이 시대의 속죄양으로서 낙태당했다.
그들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어둡고 은밀한 곳에서 낙태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저들은 이 시간에도 곳곳에서 실제로 수없이 많은 생명을
낙태시키고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참으로 낙태시켜야만 할 일이 있나?
물론이다.
낙태가 횡행하는 현실이야말로 그렇고.
희망과 좌절감이 뒤숭숭하게 뒤얽힌 이 시대의 모양들이 그렇고.
오늘의 만연된 불신감이 그렇고, 팽배한 폭력이 그렇고,
다양한 고문이 그렇고.
씨는 뿌리고 거두지 못하는 일. 묻겠다. 낙태는 죄인가?
난, 죄 없어!
이거 뭔 소리여? 그럼, 뉘 죄냐, 도대체?
그것을 밝히고 드러내는 일이 우리 차지일 것이다.
죄다죄다
1987년 2월 25일
바탕골 미술관
바탕골 행위미술제
깡그리 내장 발겨
갈갈이 찢긴 닭을
천진한 개새끼들
이리저리 장난친다
생은 돌연 헛무덤
빈들에 외침
나는 간다
거지발싸개
내
다시 태어나
너를 죽이리라
가자!
해답은 없다
1985년 5월 28일ㅡ30일
건넌방 소극장
3인 共演창작실험무대
물음이 없다
판 단 의 무 기 를 버 리 고 빈 손 으 로 대 들 라 도 저 히
풀 수 없 는 옭 아 진 매 듭 을 푸 는 길 은 그 것 을 도 끼
로 내 리 치 는 일 뿐 이 다 살 아 남 는 일 은 변 화 하 는
것 으 로 서 만 확 실 해 진 다 믿 는 바 대 로 행 하 라 자
신 이 무 엇 을 하 고 싶 은 가 를 아 는 것 이 가 장 중 요
하 다 모 든 것 은 거 짓 된 신 화 의 폭 로 로 부 터 시 작
된 다 존 재 하 는 것 으 로 서 존 재 하 지 않 는 것 을 낭
패 시 키 도 록 내 버 려 두 지 말 라 사 물 로 서 의 예 술
이 란 있 을 수 없 으 며 오 직 예 술 가 가 있 을 뿐 이 다